부검도 못하고 화장된 유림이…간호사 3명 전원 구속

입력 2022.10.2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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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병원에서 숨진 13개월 영아 유림이 사망사고와 관련해 유기치사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간호사 3명이 전원 구속됐습니다.

제주지방법원 영장전담재판부는 오늘(25일) 열린 영장심사에서 도주와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며 간호사 A 씨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3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유림이에게 기준치의 50배에 달하는 약물을 투여하고, 이를 병원에 알리지 않은 채 의무기록을 삭제한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간호사 3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에 더해 유기치사 혐의까지 적용했습니다.

간호사들이 과다 투여 사실을 즉시 보고하지 않아 유림이가 치료를 받을 기회 자체를 박탈당했다고 본 겁니다.


특히 경찰은 의무기록을 삭제하고, 병원에 보고하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간호사들에게 심각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강귀봉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은 "의료인으로서 환자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했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했다고 판단했다"며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해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족 담당 변호인인 조세현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유림이 부모님께서 의료 기록을 여섯 번을 재발급받으면서 진상 규명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재판부가 증거인멸의 가능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 영장을 발부해 준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유족 측은 의료진의 명백한 의료과오가 있었던데다 이를 고의로 은폐해 적절한 치료행위를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고, 병원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한 상태입니다.

약물 과다 투여 사고 이후 응급처치를 하고 있는 의료진들. 제주대병원 내부 CCTV 화면약물 과다 투여 사고 이후 응급처치를 하고 있는 의료진들. 제주대병원 내부 CCTV 화면

■ 의무기록까지 삭제…부검도 못 하고 화장

유림이는 코로나19 장례절차에 따라 중환자실에서 입관한 뒤 바로 다음 날 화장됐습니다.

의료진이 과다 투여 사실을 즉시 병원에 보고하지 않아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조차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주도 방역 당국도 유림이를 '입원 치료 중 사망'으로 기록했습니다.

병원은 사건이 발생하고 나흘 뒤에야 이 같은 사실을 내부적으로 파악했습니다.


제주경찰청 의료·안전사고 전문 수사팀은 지난 4월 사건을 인지하고 병원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여 의무기록과 간호사들의 휴대폰, CCTV 등을 확보해 6개월간 수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주대병원은 전국적으로 공분이 일자 사고 발생 20여 일이 뒤인 지난 5월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한 차례 회견 이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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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검도 못하고 화장된 유림이…간호사 3명 전원 구속
    • 입력 2022-10-25 18:41:48
    취재K

제주대병원에서 숨진 13개월 영아 유림이 사망사고와 관련해 유기치사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간호사 3명이 전원 구속됐습니다.

제주지방법원 영장전담재판부는 오늘(25일) 열린 영장심사에서 도주와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며 간호사 A 씨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3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유림이에게 기준치의 50배에 달하는 약물을 투여하고, 이를 병원에 알리지 않은 채 의무기록을 삭제한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간호사 3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에 더해 유기치사 혐의까지 적용했습니다.

간호사들이 과다 투여 사실을 즉시 보고하지 않아 유림이가 치료를 받을 기회 자체를 박탈당했다고 본 겁니다.


특히 경찰은 의무기록을 삭제하고, 병원에 보고하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간호사들에게 심각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강귀봉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은 "의료인으로서 환자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했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했다고 판단했다"며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해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족 담당 변호인인 조세현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유림이 부모님께서 의료 기록을 여섯 번을 재발급받으면서 진상 규명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재판부가 증거인멸의 가능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 영장을 발부해 준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유족 측은 의료진의 명백한 의료과오가 있었던데다 이를 고의로 은폐해 적절한 치료행위를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고, 병원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한 상태입니다.

약물 과다 투여 사고 이후 응급처치를 하고 있는 의료진들. 제주대병원 내부 CCTV 화면
■ 의무기록까지 삭제…부검도 못 하고 화장

유림이는 코로나19 장례절차에 따라 중환자실에서 입관한 뒤 바로 다음 날 화장됐습니다.

의료진이 과다 투여 사실을 즉시 병원에 보고하지 않아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조차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주도 방역 당국도 유림이를 '입원 치료 중 사망'으로 기록했습니다.

병원은 사건이 발생하고 나흘 뒤에야 이 같은 사실을 내부적으로 파악했습니다.


제주경찰청 의료·안전사고 전문 수사팀은 지난 4월 사건을 인지하고 병원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여 의무기록과 간호사들의 휴대폰, CCTV 등을 확보해 6개월간 수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주대병원은 전국적으로 공분이 일자 사고 발생 20여 일이 뒤인 지난 5월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한 차례 회견 이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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